거울 속 나에게 띄우는 편지

문득 거울 앞에 서서 내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날이 있습니다. 희끗희끗해진 머리칼과 눈가에 차곡차곡 쌓인 주름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이만큼이나 나이를 먹었나 싶어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지곤 합니다.
문득 손가락을 꼽아 계산을 해봅니다. 지금 내 나이에서 스물, 혹은 서른을 빼보면 몇 살일까요. 까마득하게 느껴지던 그 숫자의 나이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마 다정하게 어깨를 토닥이며 이렇게 말해주지 않을까요.
"너무 조바심내지 마라. 지금의 불안과 방황도 결국 너를 만들어가는 다정한 계절일 뿐이란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고 해서 그 시절의 뜨거움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겠지요. 문득 멋진 거짓말 하나를 떠올려봅니다. 오늘부터 내 나이에서 슬그머니 스물, 혹은 서른을 빼버리고 살아보는 것입니다. 거울을 보며 늙어버린 신세를 한탄하는 대신, "나는 여전히 청춘이다" 하고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보는 것이지요. 나 자신을 다정하게 속이고 살아가다 보면, 마음에도 다시 푸른 싹이 돋아나지 않겠습니까.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건강을 챙기고, 새로 나온 배움의 길에 주저 없이 발을 들여놓으며, 오늘 할 일에 다정한 열정을 품어보는 것. 돌이켜보면 젊었던 날의 나나, 지금의 나나 본질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지난 세월 동안 쌓아온 저마다의 '성공 경험'과 단단한 성취의 기억들이 있습니다. 크든 작든 무언가를 이루어냈던 그 뜨거운 감각을 다시금 되살려보는 겁니다.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지요. 시간을 알차게 나누어 쓰면, 우리는 지금도 참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올해, 이번 달, 그리고 바로 이번 주에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계획해 봅니다. 그 계획들을 다 이루지 못하면 또 어떤가요. 이것저것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그려보고 하나씩 실행에 옮겨보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청춘의 특권일 것입니다.
사람과의 인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시절 그토록 뜨겁게 나눴던 인연들도 세월의 바람에 희미해져 간 지 오래입니다. 스쳐 지나간 인연에 서운해하기보다, 떠날 사람은 편안히 남겨두고 새로운 만남을 향해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 봅니다.
"나이가 들었으니 마음 맞는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며 담을 쌓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정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나이라는 계급장을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더 넓고 따뜻한 인맥과 새로운 온기를 선물받게 될 것입니다.
인생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중입니다. 슬며시 기분 좋은 거짓말로 나이를 속이고, 오늘 하루를 청춘처럼 살아가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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